'2011/01'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1.05 2010 Black Music Award (해외편) 4
  2. 2011.01.04 2010 Black Music Award (국내편) 10
음악이야기/기획2011. 1. 5. 20:23
어느덧 2010년도 다 지나갔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던 만큼, 국내외로 좋은 흑인음악 앨범들도 많이 나와줘서 귀가 호강했던 한 해였기도 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연말 시상식들에 비해 가진 거라곤 비루한 블로그 하나뿐인 본인은, 언급한 연말 시상식들과 정면승부를 펼칠 자신이 없어 측면승부를 펼치기 위하여 조금 늦게나마 2010 블랙뮤직 어워드를 발표하기로 했다. (절대 뒷북이 아니다.)

귀찮아서 시상 카테고리를 좀 줄였다. 그 대신 더 많은 뮤지션들에게 상을 나눠주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그게 그거네... 조삼모사가 떠오른다. 아무튼 시상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1. 올해의 앨범상


최우수상   
 
[Colorblind] by Alain Clark
영예의 최우수상은 네덜란드 출신의 소울/팝 뮤지션 Alain Clark의 세 번째 정규 앨범 [Colorblind]가 차지하게 되었다. 적절한 올드스쿨함, 적절한 얼반함, 적절한 훵키함, 적절한 무게감과 주제의식, 충만한 소울풀함까지. 좋은 알앤비 앨범의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춘데다가 쓸데없는 군더더기도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깔끔하게 다듬어진 명반이다. 어디 흠잡을 데가 없다. 필자가 올해 발견한 최고의 보물이다.





우수상
[Mind Full Of Music] by Dorian Wright
비록 앨범 커버는 그림판으로 대충 만들어 놓은 듯한 포스를 풍기지만, 제목부터 대놓고 스티비 원더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Dorian Wright의 이 데뷔작은 스티비의 진정한 "리즈 시절"인 70년대의 작품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젊은 백인 청년이다. 본인의 색깔이 좀 더 확실하게 표현되었더라면 [Colorblind]와 최우수상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블루아이드소울에 대한 필자의 편견을 깨트린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우수상
[Love God Love People] by Israel Houghton
Israel Houghton은 흔히 가스펠 뮤지션으로 분류되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에게 "장르"란 단어는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곧 깨달을 수 있다. 본인 스스로도 "나는 가스펠 뮤지션이 아니다" 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혼용한다. 애비로드에서 녹음한 본작은 곳곳에서 마이클 잭슨, EWF 등의 바이브가 느껴지는 등 소울/알앤비적 요소들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차용한 흔적이 보인다. 라이브 앨범이 아니라 아쉽지만, 올해 가스펠 부문 그래미쯤은 너끈히 가져가고도 남을 수작이다.




콜라보상
[Wake Up!] by John Legend & The Roots
올해는 Eric Benet, R.Kelly 등 올드스쿨 소울을 컨셉으로 한 앨범이 참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그 중 가장 빈티지하고 가장 소울풀한 기운이 절절 흘러 넘치는 앨범을 꼽으라면 이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다. Marvin Gaye와 Bill Withers 등 고전 소울 거장들의 명곡들을 The Roots의 연주와 John Legend의 목소리로 재해석해 전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 루츠의 존재감이 너무 없어 그냥 존 레전드 앨범 같다"는 평을 내리는 것 같지만, 힙합을 듣지 않는 필자는 어차피 더 루츠의 존재감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감동하며 들었다.





2. 올해의 싱글상



최우수상
[Sometimes I Cry] by Eric Benet
이 시상식 자체가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선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최우수 올해의 싱글상만큼은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찐하게 느껴지는 70년대 소울의 향기에, 거의 종달새 소리가 나는 Eric Benet의 미친 팔세토(?), 그리고 소름끼치도록 폭발적인 감정 표현이 일품인 올해 최고의 싱글이다. 덕분에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치가 하늘을 뚫을 기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정규 앨범 역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우수상
[You Are] by Charlie Wilson
갭밴드의 리드보컬인 Charlie Wilson옹의 싱글 역시 만만찮았다. 거의 환갑에 다다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우렁찬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본격 나이를 거꾸로 먹은 싱글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러주고 싶은 아름다운 알앤비 발라드이지만, 함부로 부르다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될 지도 모른다. 특히 간결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주는 브라스 편곡이 맘에 든다. 하지만 정작 12월에 나온 정규 앨범은 아직 들어보지 않았다. 미안해요, 윌슨 옹...




우수상
[Why Would You Stay] by Kem
뮤지션들은 항상 변화를 꾀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사실 대중들은 새로운 것보다는 귀에 익은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일부 "언제나 한결같았으면" 하는 뮤지션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데, Kem이 바로 그런 부류다. 5년만에 발매된 싱글 [Why Would You Stay]는 피아노가 이끄는, 조곤조곤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전달하는 고전적인 Kem식 사운드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반가웠다. 정규 앨범 [Intimacy]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만족스러웠고 말이다.





3. 올해의 루키상



Bruno Mars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해 평론가들의 호평과 대중적인 인기를 동시에 얻은 Bruno Mars는 그야말로 "준비된 신인"이다. 알앤비에 기반을 두었지만 팝, 힙합, 록, 레게 등 다양한 스타일을 혼용하는 그의 음악은 마치 "갈색 제이슨 므라즈" 를 보는 듯 하지만, 제이슨 므라즈가 3번째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야 얻은 대중적 인지도를 그는 데뷔 앨범 한 장으로 얻었다. 앞날이 정말 기대되는 팝계의 예비 스타다. 그런데 그럼 뭐 하나... 마약 투약 혐의로 감옥에 가게 생겼단다. 차카게 살자.





확실히 해외편은 워낙 좋은 앨범들이 많아서 선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의 앨범상만 해도 Bilal, Raheem DeVaughn, PJ Morton, Ryan Shaw 등등 아쉽게 빠진 뮤지션들도 너무 많고 말이다. 분명한 것은 2010년 한 해 이들로 인해 귀가 호강할 수 있었다는 것. 비록 재미로 시상식을 열어보긴 했지만 좋은 음악이 갖는 가치는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믿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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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0년도 다 지나갔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던 만큼, 국내외로 좋은 흑인음악 앨범들도 많이 나와줘서 귀가 호강했던 한 해였기도 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연말 시상식들에 비해 가진 거라곤 비루한 블로그 하나뿐인 본인은, 언급한 연말 시상식들과 정면승부를 펼칠 자신이 없어 측면승부를 펼치기 위하여 조금 늦게나마 2010 블랙뮤직 어워드를 발표하기로 했다. (절대 뒷북이 아니다.)

본격 1문단 리뷰를 지향하는 블로그인 만큼, 최대한 간소하게 시상하기로 했다.


1. 올해의 앨범상

[Get Real] by Deez

디즈의 정규 1집 [Get Real]을 다 듣고 난 뒤 든 생각은, "아마 올해 안으로 이걸 뛰어넘는 명작이 나오긴 힘들겠구나" 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이 앨범은 제목 그대로 "레알" 이다. 흑인음악의 불모지인 이 땅에서 이러한 감각을 가진 뮤지션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서프라이즈에 방영될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오프너이자 킬링트랙인 "Soul Tree" 부터 맥스웰과 라싼 패터슨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Makin' Love" 와 타이틀곡 "Sugar" 까지, 하나하나 보물이다. 게다가 이 사람, 네오소울 뿐만이 아니라 트렌디한 R&B도 할 줄 안다. 이상한 연예인들 말고 이 사람 병역 좀 면제해주면 안되나? 내가 대신 갈게. 아, 나 어차피 가야되는구나...


2. 올해의 뮤지션상

브라운 아이드 소울

비록 앨범에는 혹평을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2010년 내내 꾸준히 "미친 존재감" 을 발산해 온 뮤지션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이 유일무이하다. 올해 초 나얼의 소집해제와 함께 컴백 분위기를 슬슬 풍기기 시작하더니, 3월, 5월, 7월에 싱글을 발매하고, 6월에 콘서트를 하고, 11월에 정규 앨범을 내고, 현재는 1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이어지는 대규모의 전국투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라디오 출연까지 했다. 3,4년에 한번씩 찔끔찔끔 앨범 내고, 찔끔찔끔 공연 몇 번 하던 예전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1년 내내 잊을래야 잊혀질 새가 없었다. 희소성이 떨어지니 뭐니 해도 리스너의 입장에서는 활발히 활동하면 할수록 더 좋은 법. 이들의 꾸준한 활동 덕분에 올 한 해를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쭉 한국 흑인음악계의 확고부동한 레전드 그룹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3. 올해의 싱글상

[Coming Home] by Soulciety

소울사이어티의 귀환은 정말이지 눈물나게 반가웠다. 하지만 첫 싱글인 [Urban Jammin']은 이러한 필자의 기대를 한 순간에 짓밟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만큼 최악...까진 아니었지만 어쨌든 실망스러웠다. 이후 3개월만에 발표된 새로운 싱글 [Coming Home]은 전작이 안겨준 실망감을 말끔히 씻어버렸다. 70년대의 멜로스무드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서정적인 클래식 소울 발라드로, 요즘 메인스트림 음악에서 눈 씻고 찾아도 찾아볼 수 없는 각 세션들의 섬세한 연주를 최대한 표현해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기타 연주는 "이거 보컬 없이 기타로만 가도 되겠는데?" 란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폭풍감동이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아는 소울사이어티의 음악이지. 옛다, 올해의 싱글상!


4. 올해의 루키상

시크

올해에도 많은 흑인음악 뮤지션들이 등장했지만, "시크(Chic)" 는 개중 단연 돋보인다. 소울을 기반으로 재즈와 팝의 요소들을 적절히 버무린 이들의 음악은, 홍보만 잘 따라준다면 2009년에 인기를 끌었던 어반 자카파만큼이나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경쾌한 분위기의 첫 곡인 "습관처럼" 은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흑인음악 특유의 끈적함을 배제하고 정갈한 연주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중독성 있는 훅으로 무장하고 있어, 일반 대중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법한 곡이다. 반면 소울맨이 참여한 "Lovey" 에서는 정반대의 끈적끈적한 슬로우잼을 연출하며 유연성을 뽐내기도 한다. 올해에는 또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되는 루키이다.


5. 올해의 콜라보상

[Mind Combined] by 진보 & PeeJay

1월, 힙합색이 짙게 드리운 네오소울을 담은 정규앨범인 [Afterwork]를 발매한 진보. 그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 3월에는 프로듀서인 피제이와 손잡고 [Mind Combined]라는, 색종이를 찢어 붙인 듯 뭔가 제목만큼이나 메타피지컬한 커버를 앞세운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사실 진보나 피제이나 "언더그라운드 작곡계의 미친 존재감" 정도의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잘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이 앨범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줏대 있는 음악이 나오는 게 가능하구나" 라는 감탄사와 함께 폭풍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앨범이 나올 당시 필자는 몽골에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약 한 달간 "Something's Better" 와 "Body Groove" 를 귀에 달고 살았다. 힘겨운 타지 생활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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